로스터리 카페나 드립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스페셜티 커피 카페를 가 보면 커피의 이름이 길고 화려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아리차 G1 내추럴’ 같은 것들이죠. 이런 커피 이름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그리고 왜 이렇게 긴 이름이 붙는 걸까요? 오늘은 커피 이름에 숨겨진 비밀과 그 의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커피 이름이 길어지는 이유
커피 이름이 길어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커피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산지 다음으로 일반적으로 지역, 품종, 가공방식, 등급, 농장명 혹은 농장주 등이 이름에 포함됩니다. 이러한 정보들이 모두 포함되면 자연스럽게 이름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름이 길고 상세할수록 해당 커피의 품질 관리가 잘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산지부터 농장 이름, 품종, 가공 방식까지 상세하게 표기된 커피는 생산자가 자신의 커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지요. 이는 일반적으로 품질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진 고품질 커피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 커피 열매에서 원두가 되기까지)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 구지 기게사’라는 이름은 순서대로 국가, 지역, 농장을 의미합니다. 만약 서울에 ‘이드 농장’이라는 커피농장이 있었다면, 그 농장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대한민국 서울 이드’라는 이름이 붙을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는 ‘콜롬비아 핑크 버번’이나 ‘과테말라 내추럴’과 같이 품종이나 가공방식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흔하지 않은 품종을 사용했거나 특이한 가공방식을 거친 원두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지요. (참고: 워시드, 내추럴, 허니, 무산소발효)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의 경우, 조금 다른 이유로 긴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스타벅스는 ‘블랙 세서미 그린티 크림 프라푸치노’라는 15자에 이르는 긴 이름의 음료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500원 인상했습니다. 신메뉴 네이밍 전략을 통해 가격을 인상하는 전략을 취한 것입니다. 이처럼 음료에 들어가는 식재료가 다양해지면서 이를 표현하기 위해 이름이 길어지고, 그에 따라 가격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커피 이름과 품질의 상관관계
커피 이름에 농장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해당 커피가 단일 농장에서 생산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블렌드 커피와 달리 특정 지역의 특성과 농장의 재배 방식이 그대로 반영된 커피라는 뜻입니다. 단일 농장 커피는 일반적으로 품질 관리가 더 철저하게 이루어지며, 농장주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생산하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책임감이 더 큽니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아리차 워시드 G1 코케 허니 프로세스”와 같은 이름은 국가(에티오피아), 지역(예가체프), 세부 지역(아리차), 등급(G1), 농장(코케), 가공방식(허니 프로세스)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상세한 정보가 제공된다는 것은 해당 커피가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이 추적 가능하며, 품질 관리가 잘 되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는 이러한 정보 제공이 더욱 중요시되며, 소비자들도 점점 더 커피의 원산지와 생산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길고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는 커피는 대체로 고품질의 원두인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 스페셜티 커피란 무엇인가?)

원두 크기에 따른 이름
1) 국가별 등급 시스템
각 국가마다 커피 원두의 크기를 분류하는 시스템이 다릅니다. 브라질은 “뉴욕” 시스템을 사용하며, FC(Fine Cup)는 GC(Good Cup)보다 우수한 품질을 의미합니다. 아프리카 커피는 AA나 AB 등급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케냐에서는 원두의 크기가 클수록 AA라는 표기를 달게 됩니다. 콜롬비아는 큰 원두를 “수프리모(Supremo)”라고 부릅니다. 과테말라와 코스타리카에서는 SHB(Strictly Hard Bean)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 이는 엄격하게 단단한 콩이라는 의미로 재배 고도가 높아 일교차가 커서 단단해진 원두를 가리킵니다.
이러한 등급 시스템은 원두의 크기를 일관되게 분류하여 로스팅 과정에서 균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2) 원두 크기 측정 방법
커피 원두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는 구멍이 있는 체를 사용하여 측정합니다. 원두는 가장 큰 구멍이 있는 상단 체에 부어지고, 모든 원두가 체에 걸릴 때까지 체를 통과합니다. 원두가 작을수록 더 많은 체를 통과하게 되죠.
‘엑스트라 팬시(Extra Fancy)’, ‘AA’, ‘수프리모(Supremo)’는 모두 17/18 크기의 원두를 의미하며, 이는 18/64인치 구멍을 통과하지만 16/64인치 구멍에서 걸리는 원두를 말합니다. ‘팬시(Fancy)’, ‘AB’, ‘엑셀소(Excelso)’는 16/64인치 구멍을 통과하지만 그 다음 단계에서 걸리는 원두를 의미합니다.
대회 수상 커피 이름
커피 대회에서 수상한 커피들은 종종 그 이름에 농장 이름과 품종이 함께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파나마 게이샤 커피의 경우 “파나마 라에스메랄다 게이샤”나 “파나마 잔슨 게이샤”처럼 농장의 이름이 포함됩니다. 에스메랄다는 커피 농장의 이름으로, “게이샤”라는 품종이 처음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농장입니다. (참고: 신의 커피라 불리는 게이샤)
에콰도르에서는 “타자 도라다(Taza Dorada)”라는 지역 대회가 있는데, 이는 “골든컵”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대회에서 수상한 커피로는 라파파야 농장의 티피카 매호라도 워시드, 마푸토 농장의 티피카 품종 커피, 초로라 농장의 시드라 품종 등이 있습니다.
대회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는 농장의 커피는 그 이름에 대회 수상 정보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해당 커피의 품질이 객관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COE(Cup of Excellence) 수상작” 또는 “WBC(World Barista Championship) 우승 커피”와 같은 표기가 있는 커피는 일반적으로 매우 높은 품질을 자랑합니다.

마무리하며
커피 이름이 길고 화려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커피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름에 상세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고 특히 농장 정보까지 제공하는 커피는 일반적으로 품질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고품질 커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생산자가 자신의 커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커피를 선택할 때는 이름에만 의존하지 말고, 원산지, 로스팅 방식, 신선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이름이 길고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는 커피는 그만큼 생산자가 품질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으므로, 좋은 선택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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