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산미 있는 커피 vs 고소한 커피

커피를 마실 때 산미 있는 커피와 고소한 커피 중 어떤 맛을 더 선호하시나요? 같은 커피라도 원두의 종류, 로스팅 방식, 추출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내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큰 호불호를 가르는 것이 바로 ‘산미’와 ‘고소함’입니다. 어떤 사람은 상큼한 과일향이 느껴지는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하고, 또 다른 사람은 견과류의 고소함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커피를 즐깁니다. 과연 이 두 가지 맛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커피의 산미란 무엇인가?

산미는 영어로 ‘Acidity’라고 표현하는데 단순히 ‘신맛’만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커피의 산미는 신선하고 상쾌한 맛을 내는 역할을 하는데, 다른 맛 요소들과 균형을 이루어 전체적인 커피의 풍미를 조화롭게 만듭니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 종류의 커피는 특유의 산미를 가지고 있어서, 이 맛의 차이를 느끼면 원산지나 종류를 구분해내기도 하죠. (참고: 커피 노트 – 커피의 맛과 향)

산미에 영향을 주는 것들

1) 원두의 재배 지역과 고도

커피의 산미는 주로 해당 지역의 토양, 기후, 고도 등 지역적 특성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일반적으로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재배된 커피일수록 산미가 더 두드러집니다. 고도가 높을수록 온도가 낮고 대기압이 낮아지는데, 이러한 환경에서 재배되는 아라비카 원두는 천천히 성장하게 됩니다. 천천히 성장하는 원두는 신맛을 형성하는 화합물이 더 많이 축적되어 산미가 더 두드러집니다. (참고: 고도가 높을수록 맛있는 커피가 자랄까?)

2) 커피 원두의 종류

커피 원두는 크게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로 나뉩니다. 아라비카 원두는 로부스타에 비해 상대적으로 카페인 함량이 낮아 부드러운 산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섬세하며 부드럽고 깨끗한 신맛이 특징이며, 과일향과 꽃향이 풍부합니다. (참고: 아라비카 vs 로부스타)

3) 로스팅 정도

로스팅은 원두의 색, 향, 맛 등을 형성하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로스팅 과정에서도 산미가 변화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라이트 로스트(Light Roast)에서는 산미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특유의 과일향이 강조됩니다. 반면 다크 로스트(Dark Roast)에서는 산미가 줄어들고 풍부한 단맛과 바디감이 나타납니다. (참고: 라이트, 미디엄, 다크 로스트 원두)

4) 가공 방법

커피 체리에서 원두를 추출하기 위한 가공 과정도 커피의 맛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자연 건조(Natural Process) 방식은 체리를 통째로 건조하여 체리의 당분이 원두로 스며들어 달콤하고 과일향이 풍부한 산미를 가집니다. 반면 워시드(Washed) 방식은 체리의 껍질과 씨앗을 제거하고 물로 세척하여 깨끗하고 명확한 산미를 가집니다. (참고: 워시드, 내추럴, 허니, 무산소발효)

고소한 맛에 영향을 주는 것들

1) 원두의 종류와 재배 지역

고소한 맛이 나는 커피 원두로는 브라질 산토스, 콜롬비아 수프리모, 과테말라 안티구아, 코스타리카 타라주,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등이 있습니다. 이 중 브라질 산토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커피 원두 중 하나로, 견과류의 고소함과 초콜릿의 달콤함이 조화를 이루며, 중간 정도의 바디감을 가지고 있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 바디감이란 무엇인가?)

2) 로스팅 정도

커피의 산미와 고소한 맛은 원두 로스팅 정도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커피에서 산미를 내는 주요 성분은 폴리페놀 화합물 일종인 클로로겐산인데, 이 성분은 로스팅 시간이 길어질수록 파괴됩니다. 따라서 다크 로스팅된 원두일수록 산미는 줄어들고 고소한 맛과 쓴맛이 강해집니다.

3) 추출 방법

프렌치 프레스나 드립 커피로 추출하면 원두의 고소한 맛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콜롬비아 수프리모는 에스프레소로 추출하면 고소함과 달콤함이 더욱 강조됩니다. (참고: 에스프레소 종류)

12 산미 있는 커피 vs 고소한 커피

산미 있는 커피와 고소한 커피의 건강적 측면

1) 산미 있는 커피의 건강상 이점

산미를 내는 성분인 클로로겐산은 항산화, 항염증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콜레스테롤 억제, 항암 효과를 발휘합니다. 또한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 당뇨병 예방에도 도움을 줍니다. 라이트 로스트 커피 추출물이 다른 로스트 커피 추출물보다 염증성 질환의 원인인 ‘종양괴사인자-알파’와 ‘인터루킨-6’ 수치를 덜 증가시켰다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참고: 커피는 건강에 좋을까 나쁠까?)

2) 고소한 커피의 건강상 이점

오랫동안 로스팅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페닐 인단’이라는 성분은 신경퇴행성질환 유발물질을 감소시키고, 인지기능 손상을 방어하는 효과가 있으며, 알츠하이머 치매나 파킨슨병 등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N-메틸피리디움이라는 성분은 위산 과다 분비를 예방하여 위가 예민하거나 속 쓰림이 심한 사람에게는 산미 있는 커피보다 고소한 맛의 커피가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맞는 커피 찾기

1) 산미 있는 커피를 선호한다면

케냐 AA,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파나마 게이샤, 코스타리카 등의 원두를 라이트~미디엄 로스팅으로 선택해보세요. 이 원두들은 과일향이나 꽃향이 풍부하며 마셨을 때 상큼한 산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2) 고소한 커피를 선호한다면

과테말라 안티구아, 콜롬비아 수프리모, 브라질 세하도, 인도네시아 만델링 등의 원두를 미디엄~다크 로스팅으로 선택해보세요. 이러한 원두는 견과류의 고소함과 초콜릿의 달콤함이 특징이며, 풍부한 바디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는 균형감 있는 블렌딩 커피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참고: 싱글오리진 커피 vs 블렌드 커피)

마무리하며

커피를 공부하고 많이 마시다보면 ‘산미 있는 커피’가 더 좋은 커피이고 ‘다크 로스팅을 한 커피’는 별로 좋지 않은 커피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산미가 잘 발현된 커피’를 마시면 ‘맛있다!’를 외치고, ‘다크하고 스모키한 커피’를 마시면 ‘맛 없다!’를 외치기도 하죠.

하지만 커피는 ‘기호식품’입니다. 스테이크를 먹더라도 레어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웰던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커피를 마실 때도 ‘산미를 즐기는 사람’과 ‘고소함 또는 다크함을 즐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산미 있는 커피보다는 스타벅스 커피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가장 좋은 커피는 자신이 가장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커피입니다. 라이트 로스트의 산미 있는 커피부터 다크 로스트의 고소하고 쓴맛이 강한 커피까지, 각각의 커피가 가진 독특한 매력을 발견해보시기 바랍니다. 산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브라질이나 과테말라의 고소한 커피를 시도해보고, 고소함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에티오피아나 케냐의 과일향이 풍부한 커피를 시도해보세요! 다양한 커피를 마셔보고 자신만의 커피 취향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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