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커피 열매에서 원두가 되기까지 (수확, 가공, 로스팅)

우리가 매일 마시는 원두커피가 사실은 빨간 커피 열매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커피 열매는 원래 체리처럼 생긴 빨간 과일인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아는 원두가 되는 걸까요?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작은 열매 하나에서 수확되고 가공되며 로스팅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수백 가지 맛과 향이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커피 열매의 구조 이해하기

커피 열매는 작은 우주처럼 정교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가장 바깥쪽의 빨간 껍질인 외과피는 열매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외과피는 처음에는 초록색이지만 완전히 익으면 선명한 빨간색으로 변합니다. 품종에 따라 노란색이나 보라색으로 변하는 열매도 있습니다.

그 안쪽으로는 과육(중과피)이 있습니다. 수분이 많고 달콤한 맛이 나는 부분입니다. 과육 다음으로는 끈적끈적한 점액질(내과피)이 있는데, 이 층은 커피의 단맛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점액질 안쪽으로는 파치먼트라고 부르는 단단한 껍질이 있습니다. 마치 종이처럼 얇지만 매우 단단한 보호막 역할을 합니다. 그 안에는 은피로 둘러싸인 커피콩이 들어있는데, 대부분의 열매는 두 개의 커피콩을 담고 있습니다. 가끔 하나의 콩만 자라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피베리(Peaberry)라고 부르며 특별한 풍미를 가진 원두로 따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1) 외피(Outer Skin): 가장 바깥쪽의 빨간 껍질로, 엑소카프라고도 불립니다.
(2) 과육(Pulp): 수분과 당분이 풍부한 층으로, 외피 바로 아래에 있습니다.
(3) 펙틴층(Pectin): 달콤하고 끈적끈적한 물질로 이루어진 층입니다.
(4) 파치먼트(Parchment): 종이처럼 얇지만 단단한 보호막입니다.
(5) 은피(Silver Skin): 커피콩을 감싸는 마지막 얇은 막입니다.
(6) 커피콩: 하나의 열매 안에 보통 두 개의 녹색 커피콩이 들어있습니다.

커피 열매의 수확과 선별

커피 열매 수확은 커피 품질을 결정짓는 첫 단계입니다. 같은 나무에서도 열매마다 익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고품질 커피를 수확하는 대부분의 농장에서는 수작업으로 완숙된 열매만 선별하여 수확합니다. 이를 핸드 피킹(Hand Picking)이라고 하며, 같은 나무에서 한 시즌에 6-8회 정도 수확을 진행합니다.

수확된 열매는 물에 담가 선별하는 플로팅(Floating) 과정을 거칩니다. 물에 뜨는 열매는 미성숙하거나 결함이 있는 것이므로 제거하고, 물에 가라앉는 양질의 열매만 선별합니다. 이후에는 크기별로 분류하는 스크리닝(Screening) 과정을 거치는데, 균일한 로스팅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image 10

커피 열매의 가공 방식

1) 건식 가공법 (내추럴 프로세스)

가장 오래된 커피 가공 방식인 건식법은 주로 에티오피아와 브라질에서 사용됩니다. (참고: 세계 최대 커피 생산지 – 에티오피아, 브라질) 수확한 커피 열매를 그대로 햇빛에 말리게 되는데, 이때 건조장의 높이와 통풍이 중요합니다. 열매를 15-20cm 정도의 얇은 두께로 펼쳐 놓고, 하루에 4~6회 정도 뒤집어주어야 균일한 건조가 가능합니다.

건조 과정은 날씨에 따라 2~4주가 소요되며, 이 기간 동안 열매의 수분 함량이 11% 정도까지 떨어져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열매의 당분이 스며들어 특유의 달콤하고 무거운 바디감이 형성됩니다. 또한 과일향이 강조되고 복합적인 풍미가 발달하는 것도 이때입니다. (참고: 커피의 맛과 향)

2) 습식 가공법 (워시드 프로세스)

현대적 습식 가공법은 중남미와 케냐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수확한 열매를 물에 담가 선별한 후, 펄퍼(Pulper)라는 기계로 외과피와 과육을 제거합니다. 이후 남은 점액질을 발효 과정을 통해 분해하는데, 이 발효 과정이 커피의 품질을 좌우하게 됩니다. (참고: 워시드, 내추럴, 허니, 무산소발효 프로세스)

발효는 보통 12~36시간 정도 진행되며, 고도와 기온에 따라 얼마나 오래 발효할지 조절합니다. 발효가 끝난 후에는 깨끗한 물로 여러 번 세척하고, 건조장에서 7~14일간 건조시킵니다. 이렇게 가공된 커피는 깔끔하고 선명한 산미와 함께 과일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며, 지역의 테루아를 가장 잘 표현하는 가공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 산미 있는 커피 vs 고소한 커피)

3) 반건식 가공법 (허니 프로세스)

허니 프로세스는 비교적 최근에 발전된 가공법이며, 특히 중미 지역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외과피와 과육만 제거하고 점액질을 남긴 채로 건조시키는데, 남기는 점액질의 양과 건조 조건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게 구분됩니다.

‘화이트 허니’는 점액질을 거의 다 제거한 것이고, ‘옐로우 허니’는 50% 정도, ‘레드 허니’는 75% 정도, ‘블랙 허니’는 대부분의 점액질을 남긴 상태에서 건조합니다. 건조 과정에서 점액질이 산화되면서 각각 다른 색상을 띠게 되는데, 이에 따라 커피의 단맛과 바디감도 달라지게 됩니다.

생두에서 원두로: 로스팅 과정

‘로스팅’은 커피의 잠재된 맛과 향을 끌어내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생두는 처음에는 180~190℃의 온도에서 예열되다가, 점차 온도가 올라가면서 여러 단계의 화학 반응이 일어납니다. 첫 번째 크랙(First Crack)이라 불리는 200℃ 부근에서는 콩이 팝콘처럼 터지면서 부피가 커지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향미 발달이 시작됩니다. (참고: 라이트, 미디엄, 다크 로스트 원두의 차이)

‘로스팅 과정’에서는 마이야르 반응과 카라멜화 반응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복잡한 향미 물질이 생성됩니다. 이 과정에서 800가지가 넘는 화학물질이 만들어지며, 이것이 커피의 맛과 향을 결정합니다. 로스팅 온도와 시간은 원두의 특성에 따라 세밀하게 조절해야 하며, 로스터의 숙련도와 경험에 따라 고품질의 원두가 탄생하게 됩니다.

원두의 마무리 단계

로스팅을 마친 원두는 냉각과 디게싱이라는 마무리 과정을 거칩니다. 냉각은 과도한 열로 인한 탄 맛을 방지하기 위해 로스팅 직후 빠르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후 원두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디게싱 과정이 진행되며, 원두의 신선도와 풍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디게싱은 원두의 로스팅 정도에 따라 24~72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기간 동안 원두는 전용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디게싱이 완료된 원두는 즉시 밀봉 포장되어 산소와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며, 적절히 포장된 원두는 로스팅 후 2~4주 동안 최상의 풍미를 유지합니다.

커피 열매가 우리가 즐겨 마시는 원두가 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들어갑니다. 농부의 세심한 재배와 수확, 가공 전문가의 노하우, 로스터의 감각이 모두 어우러져 비로소 한 잔의 완벽한 커피가 탄생하게 됩니다. 오늘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커피 열매가 변화되어 온 과정을 상상해보는

▼ 다음 글 – CLICK ▼

커피 가공 - 워시드, 내추럴, 허니, 무산소발효 프로세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