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향커피 논란의 진실: 무산소발효커피는 혁신일까 속임수일까?

여러분은 혹시 커피 한 모금을 마셨을 때 복숭아나 딸기 주스처럼 강렬하고 직관적인 과일 향이 폭발하는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최근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향커피무산소발효커피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과연 이것은 커피 산업의 놀라운 기술적 혁신일까요.

도대체 가향커피란 무엇인가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통적인 커피 가공 방식은 커피 체리에서 씨앗을 분리하고 이를 잘 말리는 건조 과정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트렌드는 조금 다릅니다. 발효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생두 자체에 특별한 향을 입히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를 업계에서는 ‘인퓨즈드(Infused)’, ‘컬처링(Culturing)’, 혹은 ‘코퍼멘테이션(Co-fermentation)’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커피 체리를 발효할 때 단순히 커피만 두는 것이 아니라, 효모(Yeast)나 실제 과일, 향신료, 혹은 오일 등을 함께 넣어 발효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콜롬비아의 유명한 엘파라이소 농장은 리치나 복숭아 향이 나는 커피로 전 세계적인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우바 스테이션은 수박 향이 나는 ‘워터 스플래시’라는 커피를 선보여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향 첨가를 넘어 생두의 세포 조직 안으로 향미를 침투시키는 고도의 가공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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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성 논란, 왜 사람들은 분노하는가

하지만 이 새로운 시도가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투명성’에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들은 커피에서 나는 향이 그 지역의 토양과 기후, 즉 ‘떼루아’가 만들어낸 자연의 선물이라고 믿고 마십니다. 그런데 만약 이 향이 공장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딸기 오일을 첨가한 결과라면 어떨까요? 소비자는 당연히 자신이 마시는 것이 자연의 산물인지, 가공된 향인지를 명확히 알 권리가 있습니다.

과거 커피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시나몬 게이트’를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특별한 무산소 발효 기술만으로 시나몬 향을 냈다고 홍보했던 커피가, 알고 보니 실제 시나몬 스틱이나 오일을 넣어 만든 것으로 밝혀져 많은 애호가들에게 큰 배신감을 안겨주었지요. 현재도 일부 대회에서는 이러한 가공무역 첨가물을 사용한 커피를 사용하는 것이 룰 위반인지 아닌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이슈입니다.

단순 조작이 아닌 고도화된 식품 공학

그렇다면 가향커피는 단순히 싸구려 향료를 들이붓는 조작에 불과할까요? 실제 콜롬비아 농장의 제조 현장을 들여다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들은 수박 향 커피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박 과육을 직접 발효시켜 즙을 만들고, 특정 효모와 설탕의 비율을 정교하게 계산하여 배합합니다. 며칠간 온도와 산도를 통제하며 발효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기본이지요.

심지어 오일을 사용할 때도 인체에 무해한 식품 등급의 안전한 오일을 사용하며, 이 오일이 생두 표면에 겉돌지 않고 내부로 잘 스며들게 하기 위해 유화제를 사용하는 등 치밀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는 단순한 눈속임이라기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구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연구하는 고도화된 ‘식품 공학’의 산물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농부들의 이러한 노력과 기술력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폄하할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커피 입문자에게는 축복, 마니아에게는 혼란

이러한 비판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가향커피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커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커피에서 진짜 과일 맛이 나네?”라는 강렬한 충격과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고가의 게이샤 커피가 가진 은은하고 섬세한 꽃향기는 훈련되지 않은 일반 대중이 단번에 느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면 인퓨즈드 커피의 직관적인 복숭아 향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가향 커피는 어쩌면 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스페셜티 커피의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커피 쓴맛을 싫어하던 사람들도 과일 주스 같은 이 커피에는 쉽게 매료되곤 하니까요. 즉, 대중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는 매우 훌륭한 ‘입문용 커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결론: 솔직함과 장르의 분리가 필요할 때

결국 가장 중요한 핵심은 ‘솔직함’‘장르의 분리’입니다. 판매자가 “이건 특별한 가공 기술로 복숭아 향을 입힌 새로운 스타일의 커피입니다”라고 투명하게 밝히고 판다면, 그것은 하나의 새로운 장르이자 즐거운 ‘커피 칵테일’이 됩니다. 소비자는 알고 마시면 즐거움을 느끼지만, 모르고 마시면 속았다는 기분을 느끼게 되니까요.

우리는 가향 커피를 무조건 배척하거나 옹호하기보다, 클래식은 클래식대로 존중하고 인퓨즈드는 새로운 음료의 개념으로 즐기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커피를 구매하실 때는 원재료명이나 가공 방식을 한 번 더 꼼꼼히 살펴보세요. ‘내츄럴’인지 ‘코퍼멘테이션’인지 확인하고 마신다면, 여러분의 커피 라이프가 더욱 풍성하고 현명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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